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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포토네입니다.

사실 저도 다른 분들이 이런 글들을 우후죽순 쓰신 것을 보고 의지가 생겨 쓰기 시작한 글입니다. 하지만 이 글은 어떠한 디제이적 기술을 알리거나 좀 더 완벽한 세트리를 구성하는 법을 알리는 게 아닌, 디제이적 처세술과 매우 기본적인 퍼스널 브랜딩을 정리한 글을 쓰고자 합니다.

특히나 경험이 비교적 많지 않은 초심의 디제이 입장에서 많이 하는 실수와 태도, 그리고 자신을 좀 더 잘 알리는 법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보고자 합니다.

1. 부족한 것을 티내지 말자

간혹 디제잉을 하기 전이나 행사 소감을 말할 때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제가 실수한 게 너무 많아서….” “잘 못하지만…..” “술을 먹고 준비를 하다 보니……….”

솔직함이 미덕인 경우도 있지만, 이런 말은 대부분 관객과 주최 측 모두에게 불필요한 불안감을 줍니다. 플로어에 서 있는 사람들은 여러분의 실수를 생각보다 모릅니다. 트랜지션이 살짝 어긋났더라도, 에너지가 살아 있다면 대부분 눈치를 못채거나 기세로 무마시켜버립니다.

그런데 본인이 직접 “실수했다” “부족했다”고 말해 버리면, 그때부터 관객은 귀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스스로 약점을 광고하는 셈이 되며, 잘 들었다고 생각한 관객들에게 실례가 되는 말이 될 수 있습니다.

겸손은 좋은 자세입니다. 하지만 겸손과 자기비하는 다릅니다. “오늘 즐거우셨으면 좋겠습니다”와 “잘 못하지만 들어주세요”는 전달하는 인상이 완전히 다릅니다. 앞에 서는 순간만큼은, 자신이 그 시간을 주도한다는 태도를 가져주세요.

2. 다름을 인정하자

우리는 애니송 디제이입니다. 오타쿠스러움이 근본이고, 서브컬쳐에 대한 애정이 공통 언어인 곳입니다.

그런데 같은 오타쿠 문화 안에서도 취향은 천차만별입니다. 누군가는 최신 분기 애니에서 나온 곡을 중심으로 믹싱을 짜고, 누군가는 2000년대 명작 OP를 고집하고, 누군가는 동방이나 보컬로이드, 아이돌마스터 등과 같은 컨텐츠 쪽에 깊이 빠져 있습니다.

음악적 스타일도 마찬가지입니다. 탄탄한 EDM으로 플로어를 휘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발라드 감성으로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기서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습니다. 자기 취향을 정당화하기 위해 다른 스타일을 깎아내리는 것입니다. “저런 건 진짜 오타쿠 음악이 아니다”라는 식의 선 긋기와 이분법은 자기 자신을 좁히는 행위입니다.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은 자신의 고집을 포기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나는 이걸 좋아한다”고 당당히 말하되, 그 옆에서 다른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존중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결국 같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이에요.

3. 중립을 지키자

이곳은 생각보다 좁습니다. 그리고 좁은 커뮤니티일수록 한마디의 파급력이 큽니다.

정치적 발언이나 어느 한쪽의 입장을 대변하는 말을 트위터(X)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특히 누군가와 싸우는 듯한 뉘앙스의 글을 불특정 다수가 보는 곳에 올리는 것은, 본인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지름길입니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침묵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공개적인 공간에서의 감정적 발언은 득보다 실이 큽니다.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래”라는 인상이 한번 형성되면, 그것을 뒤집는 데는 몇 배의 시간이 걸리거나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관계를 넓혀야 하는 시기에는 신중함이 무기입니다. 모두와 친하게 지내라는 뜻이 아니라, 불필요하게 적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4. 참가하는 행사에 전심전력이 되자

행사 당일, 곡을 트는 것만이 다가 아닙니다.

세트리를 열심히 준비하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행사 전체를 함께 만들어 간다는 자세입니다.

게스트에게 직접적인 행사 준비를 시키지는 않겠지만, 기본적인 것들은 본인이 챙겨야 합니다. 자신의 사운드 체크, 사전 기재확인, 기기 드라이버 확인, 기본적인 세팅 점검 등등…. “현장에 가서 하면 되지”라는 마인드로 갔다가, 드라이버 이슈로 5분 동안을 디제이 시간을 허비하는 상황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그리고 본인의 디제이 시간 외의 시간도 중요합니다. 관객에 대한 대응, 행사 전후의 준비와 철수에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본인의 디제이 타임 외에도 관객으로서 열심히 즐기기…. 이 모든 것이 “이 사람과 다시 행사를 함께하고 싶다”는 인상을 만듭니다.

5. 나부터 관객이 되자

어느 행사에도 가지 않으면서 그 행사에 오퍼되기를 바라는 것은 솔직히 무리가 있습니다.

특히 주최를 하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라인업을 짤 때 행사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 행사가 어떤 분위기인지, 어떤 관객이 오는지, 어떤 흐름으로 진행되는지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으니까요.

그 행사에 관객으로 자주 가서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 자체가 가장 자연스러운 어필입니다. 굳이 “저 불러주세요”라고 말하지 않아도, 새로운 게스트를 열심히 찾는 행사 스탭들은 플로어에서 진심으로 즐기는 사람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물론 “오퍼를 위해 간다”는 마인드보다는, 진심으로 그 행사를 좋아해서 가는 것이 먼저이겠지만… 하지만 결과적으로, 현장에 자주 있는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올 확률이 높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6.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하자

일반적인 클럽 디제이와 우리가 차별되는 점은 무엇일까요.

저는 서브컬쳐를 중심으로 한 오타쿠 문화가 바로 그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합니다. 어떤 애니에 빠져 있는지, 어떤 캐릭터에 감정을 쏟고 있는지, 어떤 게임의 노래를 매일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이런 것들이 믹싱에 자연스럽게 묻어나고, 그것이 곧 여러분만의 색깔이 됩니다.

음악을 고르는 기준이 “요즘 뭐가 유행하지?”가 아니라 “이거 진짜 좋은데, 꼭 틀고 싶다”에서 출발할 때, 믹싱의 설득력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관객은 생각보다 그 차이를 느낍니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의 에너지는 속이기 어렵습니다.

7. 나를 열심히 알리자

6번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이야기입니다.

요즘 어떤 애니를 보고 있는지, 어떤 서브컬쳐 게임을 하고 있는지, 어떤 음악에 꽂혀 있는지… 이런 것들을 주변에 열심히 알리세요.

SNS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꾸준히 공유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사람은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인식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관련된 행사의 오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또한 믹스클라우드 등의 플랫폼에 자신의 믹싱을 투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믹싱을 녹음해서 올리는 행위 자체가, “나는 이런 음악을 이런 방식으로 다루는 사람입니다”라는 가장 직접적인 포트폴리오가 됩니다.

무엇이 되었든 핵심은 하나입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피력하는 것.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그것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 그 자체가 가장 강력한 퍼스널 브랜딩입니다.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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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적고 보니, 결국 이 모든 항목이 하나로 수렴하는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저도 몇년을 했지만… 아직 배우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이 글에서 말한 것들을 항상 완벽하게 실천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의식하고 행동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분명히 있으며, 그렇기에 저도 관념적으로 생각하던 것들을 글로 정리해서 늘 마음속 깊이 생각하자… 라는 생각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글이 시작 단계에 있는 모든 디제이 분들께 작은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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